![]() |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업)’이란 특정 문제의 해결에 유용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즉 탐문과 관찰 등 합당한 수단으로 ‘난제(難題)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하는 직업이다. 이는 공권력의 도움이나 개입을 기대하기 난망한 사적(私的)인 의문과 궁금 해소에 그 기여도가 높이 평가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28개회원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편적 직업으로 뿌리내린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탐정업의 업무영역에 속하지만 금지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와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 그 자체는 금지의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음’을 시사한 경찰청의 탐정업 관련 민간자격 등록 수리(2019.6.17)에 이어 ‘신용정보법 제4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 금지(4호)’와 ‘탐정 명칭 사용 금지(5호)’ 조항이 2020년 8월5일부터는 ‘특정된 신용정보회사 등(제15조)’에만 적용되고 탐정 등 일반인은 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이제 ‘탐정(업)을 금지한다’는 명시적 법문은 대한민국 법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이로 누구든 ‘나는 탐정입니다’라거나 ‘탐정사무소’라 간판을 걸고 광고나 영업을 하여도 무방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개별법의 취지와 목적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탐문 등의 방법으로 '실종자나 가출인 등의 생사 확인이나 소재를 파악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의 ‘보편적 직업화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탐정업을 금지했던 법조항은 사라졌으나, 탐정(업)을 허용 한다는 명시적 법문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형 탐정업의 출발은 혼란스럽거나 어중간해 보임도 사실이다. ‘법적 뒷받침 없는 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직업이 법제화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모든 직업을 법제화 할 필요도 없지만 탐정업의 경우 법제화는 업태의 성격상 필수적이라 하겠다. 탐정업무는 대개 의뢰자의 요청과 탐정업 종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특성상 개별법이나 사생활 또는 타인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탐정업 부적격자의 진입이나 불법·부당한 사안 의뢰(수임) 원천 차단을 위한 투명한 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을 도모할 ‘법제화’를 과제로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탐정업의 법제화는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개의 모델이 있다. ‘공인제’와 ‘보편적 관리제’가 그것이다. ‘공인제’란 일정한 인원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탐정제를 말하며, 탐정(업)의 서비스품질을 중시하는 미국 등 영·미권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으나 탐정활동의 일반화(비공인탐정들의 음성적 탐정활동 만연과 그에 대한 통제의 어려움)에 따라 공인제 탐정(업)이 지녔던 특별함이나 존재감이 날로 퇴색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와 비교되는 ‘보편적 관리제’란 인류의 역사를 통해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했음은 물론 날로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 탐정’이 ‘공인제 탐정법(공인탐정)’ 생긴다하여 사라질리 만무하다는 경험론에 바탕을 둔 제도로 ‘실익이 거양되지 않는 공인제보다 탐정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신고(등록)하게 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실용주의적 모델이라 하겠으며 이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6만여명)의 탐정산업을 이룬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주무부처의 행정해석, 신용정보법상 탐정업 관련 금지의 해제 등에 따라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나 탐정업을 할 수 있다’는 법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미 탐정업을 전업 또는 겸업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80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추산)과 지난 17대 국회(2005년)부터 8명의 의원이 11건의 ‘공인탐정법(공인탐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대한변호사협회 등 각계로부터 ‘탐정업을 공인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지적과 반발이 거세게 대두 되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탐정업을 새롭게 창설하는 개념의 공인탐정법’ 제정보다 ‘이미 보편화된 탐정업을 모두 등록하게 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보편적 관리제 법률(즉, ‘탐정업 업무 관리법’)을 제정함이 현실적으로나 세계적 경험론으로 보아 백번 옳아 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공인탐정법(공인탐정)’이라는 명칭에 함몰되면 자칫 우스갯거리가 될 수 있음을 말해 두고 싶다. 이유인 즉 ‘탐정(探偵)’이란 명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PI)’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하여 자국의 민간조사원에 대해 붙인 호칭이다. 하지만 ‘탐정’이란 용어를 만든 그들마저 ‘탐정(업)은 활동 패턴에 통일성이 없는 존재’로 여겨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탐정(업)을 ‘적정화의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어떤 법령이나 문서에도 ‘공인탐정법(공인탐정)’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한 ‘탐정’ 호칭앞에 우리 한국이 생뚱맞게 ‘공인(公認)’이라는 월계관을 씌워 대한민국의 법전에 올리려 한다면 그야말로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탐정업을 꼭 공인제로 해야 할 사정 변경이 생긴다면 ‘공인탐정법(공인탐정)’이라는 명칭부터 생활친화적인 우리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2017년 5월) 공약한 ‘공인탐정제 도입’ 방안은 치안력 보완과 일자리 창출 등 국민편익을 위해 탐정업을 직업화 및 법제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이해되는 바, 경찰청 등 정부나 국회는 빛바랜 ‘공인탐정제’ 논의를 재소환 하거나 고정관념에 편착(偏窄)하는 일보다 이미(2018년 6월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탐정업’의 직업화를 촉진하고 규율할 ‘(가칭)탐정업 업무 관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 순리이자 정도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kjs00112@hanmail.net